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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사

아들의 은밀한 사생활

우리 집에 아주 큰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의 이중생활이 발각되었다.

 

때는 오늘 새벽1시, 늦게까지 카톡을 하던 남편이 화장실을 가려고 거실에 나왔는데, 아들 방에 불빛이 보였다더라. 아들이 수면등을 켜 놓고 자니깐 그 수면등이 새어 나온가보다. 하고 있다가 자는 아들 얼굴 좀 봐볼까? 하는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아래 그림과 같은 아들의 모습을 남편이 발견하게 되었다.

남편도 당황하고 아들도 당황.

아마 아들은 머리가 하얗게 되었을 것이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그것도 가장 무서워하는 아빠한테 들켜버렸으니...

남편은 지금 이렇게 한 게 몇 번째냐고 아들에게 물었고 처음에 아들은 처음이라고 했다가 남편이 다시 물으니 4-5번 정도 했다고 했다. 그리고는 일단 너무 늦었으니 자고 일어나서 이야기하자고 하고 나왔다고 한다.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서 나에게 새벽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고 나는 충격에 빠졌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깊은 한숨은 숨길 수가 없었다. 아들은 아침 11시가 넘어도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남편이 깨웠다.

 

남편은 아들의 이런 일탈을 이해한다고 했다. 자기도 어렸을 때 초등학생 때 정말 몇 시간씩 게임을 매일 했으니, 그 때 시부모님은 전혀 제재가 없으셨다고 한다. 남편은 예전에도 자기가 질릴 때까지 게임을 하고 나니 이제 게임이 하기 싫어져서 저절로 게임을 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질릴 정도로 하고 나니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근데 흔히 있는 케이스는 아닌 것 같다. 내가 보니 게임은 끝이 없다. 게임 중독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싶다.)

그래서 오히려 제한하면 아이가 어떻게든 게임이 하고 싶으니 더 나쁜 방법으로 게임을 하게 될 것 같으니 그냥 우리 보는 앞에서 정해진 규칙 안에서만 게임을 원하는만큼 할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 이야기를 했고 아들의 그 행동이 오히려 우리가 게임 시간을 제한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닐까라는 이야기도 했다.

 

우리 아들은 일주일에 5시간 총량제로 게임을 할 수 있다. 주중에는 최대 1시간 30분, 주말에는 2시간까지가 최대치이다. 

지금은 방학이라 주중에 1시간 30분까지 허용했지만 학기가 시작되면 주중에는 30분이 최대 주말에는 2시간 까지 할 수 있게 이야기를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도 아들은 계속 이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동생에게 동생의 자유 시간을 자기에게 넘겨라고 하면서 거래까지 한 적도 있다. 몇 번 경고를 줬는데 고쳐지지 않으면 금지 기간을 일주일간 가졌다. 그렇게 금지 기간을 가진 것도 2, 3번 되는 것 같다. 그렇게 금지 기간을 거치면서 지금 일주일 5시간 총량제로 운영하기로 했는데 그렇게 운영한지가 지금 3달째였다. 덧셈, 뺄셈, 연산도 잘하는 우리 아들이 그 5시간 셈을 더하는게 왜케 서툰건지... 꼼수 부리는 게 눈에 뻔하지만 그냥 넘어가준적도 정말 많다. 허락 없이 휴대폰으로 친구들과 카톡 하는 것, 화장실 갈 때 휴대폰 하느라 화장실에서 나오는 게 오래 걸리는 것도 그냥 다 눈감아줬다. 그리고 대 놓고 말했다. 다 알고 있다. 그냥 눈 감아주는 거다. 근데 적당히 해라. 어렸을 때부터 아들이 게임을 만난 뒤로 아 절제가 안되는구나! 당연히 아이에게 무슨 절제를 기대하겠는가? 그래서 선배맘은 자기 아들이 문제집의 정답지를 보지 말고 스스로 풀라고 여러차례 이야기해도 안 듣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는 본인이 외출을 해야하고 아들이 문제지를 풀어야 할 때 정답지를 가지고 외출을 하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웃었는데, 아 현명하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다시금 든다. 또 한 선배맘은 자영업이라 가게에 나가야해서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때가 많은데 집에서 아이들이 휴대폰, 태블릿 등으로 영상도 보고 게임도 할 수 있으니 와이파이를 다 끊어버리고 나간다고 했다. 그 때는 웃으면서 언니 진짜 대단해요!라고 하면서 과한 건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내가 보니 적절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근데 그 언니네 아이들은 와이파이가 아니 아빠방의 아빠 데스크탑을 접속하여 게임도 하고 영상도 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아빠방 출입을 막았다고... 아이들은 참 대단한 것 같다. 그 언니 말은 많이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한다더라.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지끈지끈 머리가 아프더라. 라고 했다. 봐도 못 본척...아구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왜 아들은 이렇게 게임에 목숨을 걸게 된 걸까?

사실 우리 집에서 더 큰 이슈는 그래 밤에 잔다고 하고 들어가서는 게임 할 수 있다. 그래 그렇다 치자.

그런데 우리집 아이들은 자기 전에 근시조절안약을 넣고 있다. 근시조절안약+인공눈물을 왼쪽, 오른쪽 하루마다 번갈아가면서 매일 넣어주고 있다. 그리고 벌써 2년째 넣어가고 있는데 효과를 많이 봤다. 아들은 1학년 때 안과에 가서 시력검사를 하는데 근시가 있는 아이라고 했다. 그런데 보는 힘이 좋아서 1.0까지 시력이 나오는 아이였다. 엄마, 아빠 모두 안경을 쓰니 당연히 빼박 아들도, 딸도 안경을 쓸 운명이다. 그러나 최대한 안경을 늦게 썼으면 해서 안약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아들, 딸은 그에 맞게 효과를 보고 있다. 아들은 이렇게 계속 가면 초5 후반이나 초6에 안경을 쓸 것 같았다. 더 관리 잘하면 중학교 가서도 쓸 수 있지만, 딸은 이미 안경을 쓰고 있다. 시력이 너무 안 좋아서... 시력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고 있다.

 

근시조절안약은 동공을 확장시킨다. 동공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킨다. 그러므로 꼭 자기 전에 넣어야 하고 눈으로 무엇을 보거나 어떤 활동도 해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 모두 그 원칙을 계속 지키며 살았다. 그런데 아들이 그 원칙을 깼다. 독립한 이후로 아들 방에서 안약을 넣어주고 인사하고 기도해주고 나왔다. 아들이 잘 자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동공이 확장된 상태에서 방에 불을 다 끄고 모니터 불빛에 의존해 게임을 했다니. 사실 멀쩡한 눈도 시력을 나쁘게 할 조건이 아닌가?

 

내가 아이들 어렸을 때 육아하면서 아이들 재운다고 옆에 누워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그 속에서 몰래 휴대폰을 했었다. 몇 년간... 출산하고 안경이 부서져 안경을 바꿔야 해서 안경점에 갔다. 시력검사를 했는데 2단계가 내려가 있었다. 출산이 이유여서였을수도 있지만 내가 봤을 땐 그 안 좋은 습관, 어두운 환경에서 휴대폰 불빛에 의존해 휴대폰을 했던 그 습관이 내 시력을 나쁘게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아들이 그렇게 하고 있었다. 심지어 동공이 확장된 상태여서... 엄마는 아들 시력을 더 나빠지지 말라고 매일 밤 저녁에 안약을 넣어주고 있었는데... 정말 어이가 없어서 ㅜㅜ

 

아들은 일어나서 나의 몇 마디에 눈물만 주르륵 주르륵 흘렸다. 엄마에게 할 말 없어? 라고 물으니 아무말도 못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니? 라고 하니 고개만 끄덕였다.

밥 먹고 피아노 학원을 가야해서 피아노 학원을 보냈다. 피아노 학원을 끝내고 돌아와서는 그래도 감정이 정리됐는지 내 손을 잡으며 미안함의 제스처를 표현하고 있었다. 나랑 남편은 새벽에 있었던 그 일에 대한 내용과 왜 그랬는지를 말로 못하겠으면 적어서 엄마, 아빠에게 제출하라고 했다.

아들은 이렇게 한 문장을 적었다. 욕심이라는 글자를 썼다가 연필로 지우고는 휴즈 펫이 갖고 싶었다. 라고 적었다.

휴즈 펫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현질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레어펫인데 엄마가 현질이 안된다고 해서 계속 게임을 점보 태우면? (아들 표현에 의하면) 그 중에 휴즈 펫이 나올 것 같아서 밤에 게임을 켜서 접속을 했다고 했다.

 

사실 나도 게임 좋아한다. 게임 많이 했다. 그런데 내 원칙은 딱 하나 현질은 안된다였다.

아들에게도 역시 적용되는 룰이었는데 작년 11월 아들이 피아노 콩쿨 전국대회에 올라갔고 아쉽게 상은 받지 못했지만 고생했다는 격려의 의미로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고 아들이 가장 원했던 것이 바로 게임 현질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로블록스 현질... GS25편의점에서 로블록스 3만원을 샀다. (1만원씩 3장) 그리고 등록했다. 그러고 12월 25일 성탄 선물로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으니 로블록스 현질이었다. 그래서 그 때도 3만원을 해줬다. 그리고 아버님 (아이들의 할아버지)이 오셔서 용돈을 주고 가셨는데 용돈이 5만원이었고 5만원 전부를 현질하고 싶다고 해서 허락을 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11월부터 1월 사이에 부려 10만원 넘게 현질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들은 돈이 생길 때마다 현질을 원했고 심지어 엄마에게 빌려서 자기 통장에 저축되어 있는 걸 가져가고 엄마 나 이거 현질해줘. 라고 말하는 상황까지 됐다.

 

아니 현실세계에서는 물욕도 없고 돈도 잘 쓰지도 않는 녀석이다. 아니 그런데 가상 세계인 게임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써버리다니 그리고 더 바라다니. 친구에게 선물도 하고 원하는 레어템도 사고... 아 끝이 없더라. 그래서 이건 문제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엄마는 더는 현질은 없다 라고 선포했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아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이 그거였던 것이었다. 그 선택이 정말 최선이었을까? 당연히 아쉽고 안타깝지만 이렇게 자기의 몸을 상하면서까지 그 현질해야만 얻을 수 있는 레어템을 자신은 그냥 뽑기로 계속 오래 접속해서 뽑기를 하면 언젠가는 걸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걸 시도했다는데... 어른인 내 입장에서 정말 어리석다. 코 앞의 일만 보는구나 싶은 생각에 안타깝기까지 했다.

 

우리는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1. 10시 이후에 집 와이파이 차단시키기

2. 휴대폰 가지고 침실에 들어가지 않기 (아들은 게임 이전에도 안약을 넣고 잔다고 한 상황에서 친구들과 카톡을 하며 휴대폰으로 검색도 하고 영상도 봤다고 한다. 나는 노래를 듣는 줄 알았다. 그래서 사실 묵인했는데 눈을 사용하고 있을 줄이야....)

3. 아들은 오늘만 처음으로 새벽 1시를 넘겼고 그 전에는 11시에서 12시 사이까지 하고 잠을 잤다고 한다. 어제는 그 때쯤 껐다가 누웠는데 잠이 안와서 다시 켰고 그게 새벽 1시를 넘기게 된 것이었다. 설 끝나고 그 다음주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아마 휴즈 펫이 등장할 때부터 또는 그걸 갖고 싶었을 때부터였을 것 같다.

4. 주중에는 매일 1시간/ 주말에는 2시간 이렇게 사용 시간을 줬다. 단지 시간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휴대폰으로 타이머를 켜 놓고 시작할 걸. 그리고 자신이 해야하는 모든 일을 다 끝낸 후에야 할 수 있음. 그 날 쓰지 못한 시간은 소멸됨.

5. 아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성실하게 하는 편이다. 하지만 몇 개의 것들은 급하게 처리한다던지 요령을 피워서 빠르게 해치우는 습관이 있었다. 이제는 안된다고 했다. 네가 원하는 걸 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복습하고 네가 이루고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더하라고 이야기하였다. 쉽게 얻어지니깐 그게 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잘못되었다. 네가 타고난 재능들이 있어 다른 사람들이 어렵게 얻는 것을 너는 쉽게 얻고 있는데 그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 노력해야 하는데 교만하게 나는 잘하네. 라고 생각하고 이상의 노력을 더하지 않는다면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6. 남편이 컴퓨터 접속 기록을 찾았는데 아들 말처럼 1시는 오늘이 처음이고 주로 11시 12시까지 컴퓨터를 접속한 기록들은 있었다고 했다.

 

사실 아들의 상황은 이전보다 더 좋아졌다.

아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약속된 시간만큼의 게임을 하는 아들을 보는데 내 마음이 영 편하지가 않았다. 불편했다.

 

근데 아들이 게임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재미없다고 그만 한다고 하면서 대신 그 휴즈 펫이 나올지 모르니 존버 태우기? 그것만 그 시간 내에 사용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제 이렇게까지 했는데 아들이 또 그와 같은 일 당연히 생길 수 있다고 그래그래. 상상도 하기 싫지만 마음을 먹어야 하는 것 같다. 근데 이제 아들이 여기서 엄마 아빠의 호의를 더 무시한다면 이제는 책임질 수 없는 자유는 본인에게 해가 되기 때문에 없애주는 것이 본인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스스로 절제할 수 없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그 아이가 스스로 죄의식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그 고민과 갈등의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점점 절제력을 키워나가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발전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게 되지 않을 때에는 물리적인 제재를 통해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오히려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양이 옆에 생선을 두고 먹지 말아라. 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는 생선이 좋은데 어떻게 먹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이가 미성숙하기에 더욱더 옆에서 부모가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로만 하지마와 같은 꾸짖음과 정죄, 비난으로 아이들과 관계를 망치는 대화를 하지 않고 이렇게 몸으로 수단으로 제재해야한다.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니 아들에게 새벽에 있었던 이야기로 뭔가 말을 하려고 하면 굉장히 불쾌해 하며 엄마 그 이야기 하지 마라고 이야기 한다.

 

아들은 새벽에 아빠에게 들키고 난뒤 가슴이 벌렁벌렁 대서 잠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무슨 생각이 들었냐고 하니 아 이제 로블록스는 끝이구나, 피아노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피아노에 집중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단다. 눈물의 다짐이었으리... 자기가 좋아하는 로블록스를 당연히 못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다음 좋아하면서도 열심히 연습해야하는 피아노가 떠올랐나보다...

 

얼마나 간담이 서늘했을까?

아니 그렇게 쫄보면서... 아고 참..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입에서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앞으로 우리 아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나는 부모로서 어떻게 우리 아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까?

 

주님 지혜를 주소서

주님 인내를 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