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초등학교 3학년이다.
작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은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학기초에 보게 되었다.
우리 딸도 올해 3월에 당연히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보겠다는 생각을 하며 겨울 방학에
내가 봤을 때는 다 외운 것 같은 구구단인데,
딸은 스스로가 구구단을 다 외우지 못했다며 부정하고... 그래서 구구단을 다시 암기하고 3학년 1학기 수학도 예습해야지 생각하고 문제집도 주문했었다. 그리고 매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구구단도 외우고 연산 문제도 풀었다.
그리고 드디어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보는 날이었다.
문해력과 수리력 두 과목을 본다고 한다.
딸이 평가가 있던 날 집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백점 맞은 것 같아.
생각보다 문제가 쉽더라고.
내가 반에서 2번째로 답안지를 냈어.
굉장히 기분 좋은 목소리로 나에게 이야기했다.
시험을 보기 전까지는 많이 긴장했는데, 오히려 시험을 보고나니 마음이 가벼워보였다.
나는 딸에게 시험 잘 못 보면 학교에 남아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런데 백점을 맞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학교에 남아서 공부할 일도 없고
딸은 기분이 좋을 수 밖에!
그리고 며칠 뒤,
바로 어제 딸은 늦은 저녁 대화를 하던 중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나 지난번에 봤던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있잖아.
그거 오늘 선생님이 결과 알려주셨어.
(점점 목소리 크기가 작아짐.)
엄마 내가 합쳐서 12개를 틀렸어.
딸이 백점을 맞을 거라고 말해서 그랬는지
순간 12개나 틀렸다는 말에 많이 틀린 것만 같아서
되려 문제 쉬웠다면서 물어보고
조금 더 열심히 하지. 이렇게 딸에게 대답을 했더니...
딸은 울상이 되었다.
엄마는 지금 내가 시험 못 봤다고 뭐라고 하는거야?
(말하면서 흐느끼기 시작함.)
아차 싶었다.
고생했다. 잘했다. 우리 열심히 준비했으니깐 괜찮아.로 다독였어야 했는데...
딸은 이미 자신의 시험 결과가 만족하지 않아서
스스로가 부족하다 부끄럽다 여기고 있었던거다.
사실 나는 딸이 공부에 관심도 없고 평가 결과가 어떻게 되든, 학교에 남지 않을 정도만 되면
괜찮아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딸이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는 사실 백점을 맞아서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어.
깜짝 놀랬다.
나는 백점을 강요하는 엄마가 아니다.
그런데 왜 딸은 이런 생각을 했을까?
딸, 엄마는 네가 백점을 맞지 않아도
너의 존재만으로도 기뻐.
넌 이대로도 충분해.
엄마가 백점 맞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엄마는 네가 백점 맞지 않아도 괜찮아.
상관없어.
네가 이렇게 건강하고
넌 나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 그 자체야.
엄마, 내가 지난 번에 시험 보고 왔을 때
백점 맞았을 거라고 말했잖아.
그런데 내가 백점을 못 맞고
또 많이 틀린 것 같아서.
나는 끝에서 두 번째 한 것 같아.
어제 수학 시험을 봤는데
우리 모둠에서 내가 가장 못했어.
근데 내 짝꿍이
우리 반에서 두 번째로 공부를 잘하는데
걔가 모둠 친구들 점수를 다 적었어.
나는 내 점수가 부끄러웠는데
그래서 내가 적지 말라고 하니깐
내 시험지에 내가 쓰는 건데 무슨 상관이냐고 했어.
딸은 학교에서 자신의 수학시험 점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엄마 우리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잘 보려고
노력했잖아.
근데 노력했는데도 수학 백점을 못 맞았어.
난 잘하고 싶은데...
그럼 더 많이 노력하면 되지
노력하기 싫은데...
딸은 수학은 잘하고 싶은데 노력은 하고 싶지 않아했다.
딸이 수학을 하는 게 그냥 보통 친구들처럼 노력이 필요하다.
연산 연습도 꾸준히 하고 다시 복습해서 풀어보는 것 사실 그것만 하면 되는데...
그냥 자기효능감이 낮아진 상태?
열심히 노력해도 되지 않을 거라고 미리 생각하며 포기해버리는 상태같았다.
노력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도 어쩌면 내가 노력했는데 똑같은 결과가 나오면 어떡하지에 대한 걱정이지 않을까?
사실 우리 딸은 이번 주부터 영어 학원에서 단어 시험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어 시험이라니 절망하며 내가 외울 수 있을까? 너무 어렵다며 ㅜㅜ 겁냈다.
그런데 처음 단어를 외우더니 할만하네.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학원에서 시험을 백점 맞았다.
월, 수, 금 학원을 가는데 갈 때마다 본 영어 단어 시험을 이렇게 열심히 연습해서 백점을 맞았다.
노력하여 성취를 맛 본 우리 딸은 힘들지만 계속 영어 단어 공부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리에 앉아 외울 때까지
스스로 노력하였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우리 아이가 백점을 맞지 않더라도 그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여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딸이 노력하면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수학 공부는 아이가 엄청 노력한 것은 솔직히 말하면 아니었다. 그리고 딸은 차분히 앉아서 원리를 이해하면 문제를 자기가 스스로 푸는 아이다. 그런데 그런 습관들을 내가 만들어주지 않은 것 같아서.. ㅜㅜ 안타까울 뿐이다. 초등학교 3학년 이 시기에 우리 딸이 수학이라는 큰 산을 잘 넘어가고 다른 공부들에서도 스스로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그 자세를 배우고 성취를 느꼈으면 좋겠는데... 제발 그렇게 되길 기도할 뿐이다.
근데 엄마 내가 우리 반에서 피아노는 가장 잘 칠거야.
그래도 친구들보다 잘하는 것을 발견해 내어 이야기하는 딸, 친구와의 대화 속에 체르니 몇 번을 치는지 이야기하면서 자기가 진도가 빠르다는 걸 알고 피아노 가장 잘 친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어떻게든 우리 딸의 자존감, 자존심이 학교 생활을 하면서 잘 지켜지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더욱 사랑하고 못하는 것에 대하여 크게 실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적 탄력성이 높은 아이로 자라기를 기도한다.
첫째 아들, 둘째 딸
정말 서로 다르다.
아들은 영어 단어 시험 준비를 집에서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아들은 암기를 정말 잘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아들은 단어를 학원으로 가는 통학차에서 외운다. 그러니 백점을 맞는 것은 거의 못 봤고 1~3개 정도 틀린다. 그래도 본인은 SAVE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엊그제 아들이 단어 시험을 4개 틀려서 재시 대상이 되었고 문법 문장 암기 시험이 있는데 그것도 재시 대상이 되었다는 문자를 2번이나 받았다. 그래서 아들은 학원에 다녀온 후 나와 남편과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단어를 10개나 보는 줄 알았는데 봤더니 20개를 보는 것이었다. 그 중에 4개면 사실 많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근데 나와 남편 생각은 재능에 노력, 성실이 더해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아들에게 항상 강조한다. 네가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얻어진 것에 대하여 감사하고 그 위에 더 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야기 하고 있다.
아이가 커갈 수록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며 그에 맞게 태도를 바꾸고 대화를 해주는 일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아들이 점점 더 뾰족해지는 것 같아 대화를 하는 것이 어렵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육아일기 끝
'마음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5년 6월 16일 월요일 (0) | 2025.06.17 |
|---|---|
| 육아 회고 (10) | 2025.03.15 |
| 열은 장염을 남기고 (0) | 2025.03.03 |
| 아들의 은밀한 사생활 (4) | 2025.02.21 |
| 남편과의 대화 어떻게 해야 할까? (0) | 2025.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