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4일 성탄절 전날, 사실 현상적으로 봤을 때는 정말 별 일이 아니었지만 나와 남편 사이에는 큰 금이 생기고 말았다.
2024년 12월 24일 저녁,
남편은 성탄절 이브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하고 싶었다. 남편이 요즘 좋아하는 가게가 시내에 있어 준비를 하고 나갔다. 나는 도로가 복잡할 것을 예상했지만 그래도 남편의 뜻을 따랐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늘 남편의 뜻을 따르지만 그 과정에서 나의 이 불편한 감정을 해결하지 못한 채 따르다 보면 결국 나의 연약함으로 차라리 하지 않는게 더 좋았을 뻔한 상황으로 결말이 난다. 다시 말하면 남편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도로도 막혀 가게에 도착하는데 평소라며 15분이 걸렸을텐데 30분이나 걸려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한 시간이 6시 40분이었는데 가게에 도착해 대기표를 뽑으니 15번째였다. 한 사람당 5분이라고 계산해도 1시간이 넘는데... 머릿속에서 아 8시에나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 이미 내 표정은 관리가 안되었던 것 같다. 아들은 몸이 좋지 않아 따라오지 않기로 하고 집에 있었고, 딸은 같이 나왔는데... 그 가게에서 계속 있다가는 남편에게 내 부정적인 감정이 티가 날까봐 또 거기에 계속 있으면 내가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 장소를 바꿔야지 싶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이야기하고 딸과 함께 밖으로 나가 근처 지하철역으로 내려가 기다렸다. 사실 이미 그 때부터 나는 분노에 사로잡혔다. 배는 고픈데... 여기서 계속 시간을 버려야하다니... 1시간이 지나서야 우리는 입장할 수 있었다. 테이블에 앉은 나는 여전히 화를 참을 수 없었고, 화가 난 상태에서는 뭘 먹어도 소화가 잘 안되니 남편이 메뉴 뭘 시킬까? 물어봤을 때 나는 나 한 두 숟가락만 먹을 거니깐 여보가 원하는 걸로 시켜요. 했다. 그래서 남편이 원하는 거 2개, 딸이 원하는 거 1개 이렇게 주문을 완료했다. 그리고 앉아있었는데...
남편이 갑자기 "나 이런 분위기에서 밥 못 먹겠다며 알아서 먹고 오라고, 먼저 집에 가겠다면 갑자기 짐을 다 챙기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은 것 마냥 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게 뭐지 하다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 몇 번은 안 받았다. 남편이 전화를 받으니 "와서 먹고 가라, 아직 음식도 안 나왔는데 이렇게 나가면 어떡하냐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는 건 잘못되지 않았냐, 어서 돌아와라." 사실 울분과 협박이 섞인 어투와 어조로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나는 남편이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나가니 내버려진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잘못한 건 알겠는데... 근데 이게 그렇게까지 할 일인가? 우리 둘 다 배고파서 좀 더 예민한 것 같은데... 납득이 되지 않았다. 몇 분 후에 남편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어떤 음식도 입에 대지 않았다. 나 또한 어떤 음식도 먹을 수 없었다. 딸만 몇 숟가락 챙겨 먹이고 남은 음식을 다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가게에서 돌아오는 길부터 남편에게 다 쏟아붓고 싶었다. 근데 너무 충격을 받았는지 할 말이 없었다. 나도 중간에 가고 싶던 거 꾹꾹 참고 그냥 같이 버텼던건데... 어떻게 나랑 딸을 두고 기분 나쁘다고 가게를 박차고 나가지? 나도 나가버릴까? 사실 엄청난 절망이었다. 주차장에서 나혼자 가버리려던 걸 딸이 따라와서 잡아서 같이 집에 갔다. 집에 가서 이야기를 하는데 남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또 시작된 것 같았다. 침묵, 회피, 근데 이러한 방법은 신혼 초기에 남편과 자주 싸우면 남편이 했던 방법인데... 그 때마다 나는 속이 타고 답답했다. 아니 결혼 11년차, 이제는 아이도 커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어 사실 정말 최근에는 이렇게 숨막히게 싸운 적도 없었는데... 뭐 다시 돌아간건가? 별의별 생각이 드니,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말을 하지 않는 남편을 보며 내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아이들 앞에서 "이혼" 이야기 절대로 꺼내서는 안되지만 난 "이혼"이라는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 산다고 하면 "이혼"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감정은 이미 무너져내렸고 남편이 나와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는 상대인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었다.
12월 25일, 폭풍우 같은 밤을 끝내고 새벽을 맞이했다. 늘 하던대로 새벽에 일어나 말씀 읽고 기도하며 내 마음을 돌아보며 하나님께 나아갔다. 사실 어제 하루를 되돌아보면 부끄러운 것 투성이었다. 하나님은 "사랑하라"라는 말씀으로 나를 깨닫게 하셨다. 내 남편도 사랑하지 못하면 어떻게 남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하나님 사랑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어느새 또 남편에게 많은 기대를 하며 긍휼히 불쌍히 여기지 않고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어제 차오르던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았고 그래 내가 끝까지 남편에게 사과하자, 미안하다고 하자 용서를 구하자라고 다짐하게 되었다. 사실 내 안에 두려움은 있었다. 남편이 이야기를 하지 않기 시작하면 무슨 수를 써도 대답을 하지 않기에 사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어쩌지 걱정했다.
아침 식사시간, 남편에게 어제 일에 대해 사과하면서 같이 어제 포장해 온 음식을 먹자고 하였다. 그런데 남편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과 일주일 간 이야기를 하지 않을거야.
일주일 동안 나와 말을 하지 않는다고?
아니 왜? 도대체 왜? 어제 있었던 일이 일주일 동안 말을 하지 않을 일이었던가?
그러면서 나는 과거 남편과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결혼 3년차 아이 둘을 키우면서 매우 힘들었던 결혼 위기의 시간이 있었다. 무슨 연유로 싸움이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남편은 나와 3일 동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 때 나는 매우 상처를 받았고 집이라는 한 공간에서 숨막히는 시간을 보내며 집은 편안하고 내가 쉬어야 되는 곳인데 이렇게 불편할 수가 있나? 정말 남편과 더 못살겠다 싶어서 이혼을 실질적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이런 우리 부부사이를 보신 목사님께서 결혼예비학교에 우리를 추천해주셨고 그 결혼예비학교 덕분에 우리는 서로가 그 간의 결혼생활에서 받았던 상처를 꺼내고 나는 이제까지 나만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상처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이런 행동이 남편에게 상처를 주었구나를 알게 되어 서로를 되돌아보고 다독여주며 회복할 수 있었다.
근데 일주일 간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이 말이 다시금 그 극한 결혼 위기의 상황을 떠올리게 하였다.
그럼 일주일이 지나면 말을 하겠다는건가? 그럼 우리의 관계가 다시 좋아질 수 있는건가?
남편이 갈등 해결에 있어 늘 시간이 필요하고, 또 내가 불같이 화를 내며 감정 조절이 되지 않은채 이야기를 하니 이런 나와 대화할 수 없다고 생각해 남편이 조금의 시간을 갖는 것은 이해하지만 일주일이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건 나에게 벌을 내리는 것 같았다.
참아왔던 울분이 다시 폭발했다. 결국 나는 남편에게 그럴거면
우리 이혼해.
라고 이야기했다. 남편은 나의 어떤 울부짖음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이 모든 과정을 듣고 있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이야기였지만 통제가 되지 않았다. 이성을 잃었다.
둘째인 우리 딸은
엄마, 이혼하면 난 누구랑 살아?
라고 물었다.
나의 경솔함이 우리 아이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난 부족한 엄마구나라는 생각에 슬펐다.
그래도 아이에게
엄마, 이혼안할거야.
화가 나서 엄마가 잘못 말한거야.
미안해 얘들아...
라고 이야기해주었다.
12월 25일 성탄예배를 드렸다.
남편은 혼자 먼저가서 다른 곳에 앉았고 나는 아이들을 챙겨서 같이 예배를 드렸다. 우리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복되고 복된 날인데 우리 가정은 산산조각 부서진 것 같았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눅 2:14
주님 우리 가정에도 주님이 평화가 임하시길 간절히 구합니다.
나와 남편의 갈등은 우리 아이들에게 성탄절이 행복하지 않은 날이 되고 말았다.
예배를 마치고 그래 남편에게 끝없이 사과해보자, 남편이 일주일 간 이야기하지 않자고 한 건 그만큼 받은 상처가 크기 때문일거야. 라고 생각했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오니 남편은 먼저 들어와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
남편에게 가서 무릎을 꿇고
여보, 미안해
라고 이야기했다.
처음에 아무 반응도 없었지만 내가 계속 미안해라고 이야기하면서 나의 행동을 하나하나 고백하며 이게 여보에게 그렇게 상처를 줄지는 몰랐다. 정말 미안하다. 다시는 하지 않겠다라고 이야기하며 용서해달라고 했다. 딸도 옆에서 아빠 용서해줘 라고 같이 이야기했다. 처음엔 묵묵부답이었던 그가 계속 내가 이렇게 하니 조금은 웃기도 했다. 내가 이따가 30분 뒤에 와서 또 사과한다고 하고 나갔다가 들어와서 또 사과했다. 남편이 결국 사과를 받아줬다. 소원권 하나를 남편에게 주었다. 남편에게 왜 그렇게 기분이 나빴는지 일주일 동안 말을 안한다고 했는지 물을 수 없었다. 다시 관계가 나빠질까봐... 그렇게 남편은 사과를 받아줬고 상황은 마무리가 되었지만 내 마음은 곪았다. 내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사과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왜 그랬는지 이유도 알 수 없고... 남편에게 사과는 했지만 사과를 받지는 못했다.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 내 속은 계속 답답했다. 앞으로 어떻게 남편과 살아야할까?
휴일이 아니고서는 거의 같이 있을 시간이 없으니 26일 목요일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난 뒤에는 사실 부딪칠 일도 없었다. 다만 사사로운 이야기들은 거의 하지 않았다. 남편은 이야기를 했지만 굳이 나는 오늘 나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야기한다고 해도 잘 들어주지 않았던 적도 많고 (이건 나의 섭섭함의 감정)...
남편 직장 동료들과 부부 모임이 있었는데 남편에게 가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낯가림은 없는 편이지만 불편한 자리였다. 그래도 남편이 원하니깐 지난번에 한 번 모임을 가졌던건데... 나의 노력을 남편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굳이 그 자리에 가서 뭘 할 수 있나? 싶었다. 그래서 가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남편은 2주 뒤에 집들이가 있는데 그거 혼자가야겠네. 라고 혼잣말을 하며 아쉬워했다. 일단 알았다라고 이야기했다.
12월 27일 금요일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레 부정적인 감정, 서운한 감정이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었다. 남편은 진짜 부부 동반 모임 가지 않을거냐고 다시금 물었다. 그래서 응, 나는 가기 싫어. 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왜 가기 싫은지? 이유가 뭐냐? 라고 물어서 처음에는 대답을 안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물어보니 사실 나는 남편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그 질문에 대답해주면 나도 대답하겠다고 했다.
우리 성탄절 이브, 그 식당에서 왜 자리를 박차고 나갔어?
그리고 일주일 간 말을 안하겠다는 게 무슨 의미였어?
나는 정말 궁금했다. 알고 싶었다. 그래야 나의 이 답답함이 해소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편이 대답했다.
그 날 출발할 때부터 여보 눈치가 보였어.
표정도 안 좋고, 그러다가 여보가 딸을 데리고 밖을 나가면서
더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고...
다른 가족 모두다 오랜 대기 시간이지만
화목하게 같이 이야기도 하고 웃으며 대화하며
대기를 하고 있는데
나는 나 혼자 처량하게 혼자서 여보 눈치를 보며
이 자리에 있는게 슬펐어.
그리고 이런 작은 일상의 행복도 우리 가족은 누리지 못하는건가?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예전에 여보가 내가 교회 일을 하고 있는데
계속 빨리 가자며 어서 하라고 나를 눈치주면서 재촉했엇는데
그 때도 교회 일을 하고 있는데도 여보가 나한테
그렇게 하니 많이 힘들었는데
그 때 옆에서 보던 집사님이 여보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잘못된 거라고 이야기를 한 뒤로
여보가 그 뒤로를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그 때 그 일이 불현듯 떠오르면서 감정이 벅차올랐어.
이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깜짝 놀랐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웠다.
이런 이유였다니...
내가 준 상처가 결국 남편에게 또 상처를 주고 말았구나... 싶었다. 정말 진심으로 미안했다.
남편은 이어서 말했다.
일주일 간 말을 안한다고 했던 건
내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야.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될 것 같았어.
그런데 여보가 계속 '이혼' 이야기를 하니
나는 '이혼'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고,
사과를 할거면 일관성있게 했으면 좋겠는데
사과를 했다가 내가 대답이 없으니 나한테 화내고 따지고
이걸 반복하니 대화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왜 내가 '이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남편은 나와 남편의 결혼 생활 중 결혼예비학교를 다녀온 것은 기억했지만 왜 가게 되었는지 그것이 남편과 내가 3일간 말을 안한 일이었다는 것 자체도 기억하지 못했다. 남편이 3일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 근데 사실 나도 남편이 이야기를 할 때 내가 교회 일을 하는 남편에게 눈치를 줬다고?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집사님께서 남편을 존중해라, 존경해라 부드럽게 이야기해라 등의 조언을 했던 것은 기억이 났다. 근데 그게 이 사건 때문이었는지는 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결국 나와 남편은 각자에게 준 상처는 잊고 받은 상처만 남아 있었다.
몇 년간 아무 일도 없던 우리 부부 사이에 그 상처는 정말 현상적으로 봤을 때 별거 아닌 일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렇게 대화를 하고 나니 그제서야 내 마음이 답답함이 해소되었고 남편도 내가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디어 부부의 마음이 다시 합해진 것 같았다. Glory to the Lord
극심한 부부 갈등 과정 속에
그래도 이번에 나와 남편은 그래도 많이 성장했구나, 하나님 안에서 잘 자라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했다.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이번 일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일을 통해 정말 마음이 무너지고 회복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주님께 나아갔을 때 하나님이 피할 길을 허락하시고 이전보다 더 풍성하게 열매맺게 하심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다시는 '이혼' 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상처주지 않도록
나의 마음을 살피듯 남편과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는 아내이자 엄마가 될 수 있기를
우리 안의 생채기가 딱지가 앉고 새살이 돋아 우리를 더 아프게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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